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 6점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제목에 이끌려 서점에서 전부 읽어버리고 말았던 책을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서 읽었다.

 책에는 9개의 단편이 들어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단편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였다. 커가면서 서로 사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얘기하지 않게 된 자매의 모습과 어른스러운 동생 미도리가 꿈꾸는 식물 같은 언니 고즈에를 내심 경멸하는 모습이 내 상황이랑 잘 맞는듯해서 잠시 어지러워질 정도였다. 나는 고즈에와는 여러 가지가 다르긴 하지만 동생이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인 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었다.
현실에 한쪽 발만을 디딘 채 항상 환상을 잡으려 손을 뻗었던, 지금도 뻗고 있는 내 모습이 고즈에와 겹쳐져 견딜 수가 없다. 단편 끝에서 고즈에는 웃으며 동생의 결혼 상대와 얘기를 하지만 그곳은 계속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데. 나도 내가 계속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웃기만 하며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조제가 츠네오에게 하는 이 말 하나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 되었다. 소설의 츠네오는 영화와는 달리 조제를 떠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떠났더라도 조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본 지금이 더 행복할 테니까.

@2005년 5월 11일

옮긴이 양억관
펴낸곳 작가정신
초판 1쇄 발행일 2004년 10월 15일
2005/07/06 02:07 2005/07/06 02:07
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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