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와는 맞지 않는 건조함.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4점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요즘 일본어로 된 만화, CD, 소설만 읽다보니 지쳐서 한글로 된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회원등록을 했는데 빌리고 보면 계속 일본 소설-_-이라 친구 블로그를 뒤져서 평이 좋은 한국 작가를 찾았다. 그 중에서 이름이 예뻐서 빌리기로 한 게 김영하였다.

이 책은 1996년에 처음 나왔고 인터넷에서는 꽤나 호평이었는데 나와는 정말이지 맞질 않았다. 죽음을 도와주는 '나'의 독백이 미술을 잘 모르는 나도 알고 있는 그림의 인용으로 시작하는 것도 폼잡는 것 같아서 별로였고, 지루한 일상을 살고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자신을 성공적으로 파괴시키것을 돕는 게 멋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지루한 생활을 버리고 자신을 파괴하기로 결정한 이후에 의뢰인이 '눈에 생기가 생겼다'던가 '빛났다'던가하는 묘사를 보곤 소름이 돋았다. 자기혐오에 괴로워하던 나는 그 '지루한 생활'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젠 알고 있다.

압축할 줄 모르는 자들은 뻔뻔하다. 자신의 너저분한 인생을 하릴없이 연장해가는 자들도 그러하다. 압축의 미학을 모르는 자들은 삶의 비의를 결코 알지 못하고 죽는다.
나는 쿨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가 쿨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렇겠지. 헤어지고나서 싸이월드의 배경음을 슬픈 것으로 바꾸고 커플미니미를 끊는 사람들을 비웃는 쿨한 사람들이 싫다. 이 책은 마치 그런 쿨~하신 분 같았다. 하지만 문장만은 좋아서 별은 세 개. 오랫만의 한국 소설인데 좌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orz (오랫만의 글인데 내용이... orz 다른 글로 밀어내야겠다.)
2009/08/05 17:05 2009/08/05 17:05
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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