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매드슨 『줄어드는 남자』

줄어드는 남자 - 8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주의* 소설 『남편이 작아졌다』의 험담이 가득합니다.--;

『남편이 작아졌다』때문에 짜증이 미칠 듯이 난 상태로 『줄어드는 남자』를 잡았다.

이 무슨 허무 엔딩이냐며 악평이 자자해서 결국 보지못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라 길래 책을 던져버릴까 하다가 한 번 잡은 책을 끝까지 못읽으면 밀려오는 왠지모를 패배감때문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남편이 작아졌다』의 레옹은 키가 줄지 않았을 때는 상냥하고 노력하는 남편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어떻든 날 남편으로, 아버지로 존경해!'라는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게다가 대우받을 것만을 요구했지 가족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없었다. 신나게 장난감 비행기나 타고 날아다니기나 했었지.-_-

하지만『줄어드는 남자』의 스콧은 하루하루 0.36cm씩 줄어드는 그 동안 성욕에 불타서 작아진 그와 키가 비슷해진 베이비시터를 훔쳐보기도 하고 유원지의 난장이 클라리스와 남겠다고 아내 루이스에게 고백해버려서 하룻밤을 지내고(난 소위 '남자들의 참을 수 없는 성욕'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_-) 미칠 듯이 아내 루이스에게 짜증을 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사진을 팔고,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도록 더이상 타이프자신의 변화를 기록할 수 없는 그때까지 남겼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그런 어른스런 행동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에게라면 크기 영(0)은 아무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가 무한의 순환 과정을 갖고 무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졌따. 그는 결코 소멸하지 않으리라. 그건 우주에 소멸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였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다. 만일 자연이 무한한 단계로 존재한다면 영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가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p.290-291 「줄어드는 남자」



『줄어드는 남자』에는 여러개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2만 피트 위의 비행기에서 혼자만이 괴물을 지켜보는 윌슨의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돌아다니다보니 예전에 TV로 방영했던 환상특급이란 곳에서 방영했다는데 나랑은 세대가 다른 프로그램인지 전혀 기억에 없어서 아쉽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고려장을 머리 속으로 떠올릴 「시험」.
한밤중에야 그들은 부엌에서 나왔다. 그리고 위층으로 오르기 직전 레스는 거실 식탁에 들렀다가 깨끗한 유리가 덮인 시계를 보았지만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들은 이층으로 올라간 후에도 톰의 침실을 그냥 지나쳤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따. 두 사람은 옷을 벗고 나란히 누웠고 테리는 평소처럼 시계를 맞추었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 그들은 간신히 잠이 들었다.
노인의 방에는 밤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조용했다.
p.350 「시험」
공문서에 따라 시험을 보고 낙오한 사람들은 주사를 맞고 살해당하는 '시험법'에 의해 죽을 거면서도 시험공부를 도와주던 아들 레스의 시계를 고쳐서 거실 식탁에 올려놓고 약봉지를 들고 방을 향했을 아버지 톰. 아.아.아.
하지만 살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p.329 「시험」
마음 한켠에서 톰이 시험에 떨어져서 나라에서 알아서 그에게 주사를 놓기를, 자신이 '소거 요청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끝나기를 바랬던건 톰이 사랑했고 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레스였다. 하지만 노인의 방에는 아무 소리도 없잖아. ㅠ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직접 사람을 죽여서 죽을 사람의 수를 맞춰 상부에 보고해서 신문에 보도하게 하는 것 같은;; 데이비드의「홀리데이맨」
 
인생을 영화처럼 산 오웬 크롤리의「몽타주」번역서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언어를 칭찬하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몽타주」는 굉장히 예쁘고 독기서린 말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듣고 있었던건 조지가 아니라 병원 사람들이었다는 게 한층 애틋했고.
"조지, 내가 어렸을 때, 아니 젊어을 때는 말이다. 내 인생이 영화처럼 소모되고 있다고 생각했단다. 그저 막연한 의심에 지나지 않았지만 난 그것 때문에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지. 그래, 그랬어. 그리고 오래전 어느 날이었다. 불현듯 누구나 극심한 도덕적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특히 나같은 늙은이는 더했지. 조지. 시간은 늘 우릴 속여서 자기가 영원하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는 그동안 그 거짓의 날개에 우리의 생명을 태우고 쏜살같이 달아나 버리는 게야."
p. 389-390 「몽타주」

게다가 영화처럼 시작해서 영화처럼 끝난다. 「몽타주」의 첫번째 문단과 마지막 문단은 똑같다. 페이드 아웃.

지역사회에 불행을 배달하는 시어도어 고든의 이야기「배달」은 끔찍했고, 저주 인형에 머리카락과 손톱을 넣고 저주해서 자신을 찾아오게 해서 살짝 풀어주고는 다시 끊임없이 저주를 거는 와일리와 마리아의 「예약 손님」은 소름이 오싹 돋았다.

「버튼,버튼」은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야기의 원전이었다. 아서 루이스 부부 앞으로 도착한 나무 상자. 그리고 상자안의 쪽지의 내용대로 부부의 집을 방문한 스튜어드. 스튜어드는 상자안에 들어있는 건 유리돔의 열쇠를 돌려 벨을 누르면 모르는 누군가가 죽지만 대신 5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서는 처음부터 계속 가져가라고 말하지만 노마는 눈을 감으며 5000달러랬어라고 중얼거리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유럽여행, 별장, 좋은 가구들을 생각하다가 결국 벨을 눌러버리고 만다. 그리고 벨이 울리고 온 전화는 아서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 그리고 그 다음 전화는 스튜어드의 전화였다.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고 했잖아!"라고 절규하는 노마에게 스튜어드는 대답한다. "부인, 정말로 남편을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내용보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내용보다 마지막 한 마디가 무서웠다.

「결투」와「파리지옥」은 이 작가가 얼마나 독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지 알것 같았다. 벽으로 떠밀리고 모잘라서 멱살을 잡혀 끌어올려지는 기분이랄까.「파리지옥」은 한국의 여름을 지내고 있는 나로써는 너무나 이해가 됐다. 모기 이 잡것들의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는 뭐냐!!!!!!!!!!!!!!


마지막에 모기로 인한 분노로 좀 흥분해버렸지만 1950년대 소설이라곤 믿을 수 없는 멋진 고전 소설이었다. 『나는 전설이다』도 읽어봐야지..!

『줄어드는 남자(The Incredible Shrinking Man,1956)』
지은이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옮긴이 조영학
펴낸곳 황금가지
ISBN 9788960171145
2009/08/17 01:58 2009/08/17 01:58
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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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tracked from 아이디어사무소 2010/02/04 09:03  삭제

    언제나 그렇듯이 서평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그게 싫으신 분들은 읽지 말아 주세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으로 유명한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The Incredible Shrinking Man,1956)'를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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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미 2009/08/17 14:31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 어쩜 이리도 흥미진진하게 쓰시는지, 저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ㅇㅅㅇ

    • 프리니 2009/08/17 14:51  수정/삭제

      이 책이 너무 재밌었어요! >_<;
      심장에 나쁘달까 독자를 궁지에 모는 타입의 글이라 리미님 취향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기회되시면 서점에서 팔락팔락 읽어보세요. ^^!

  2. 칠전팔기 2010/02/04 09:06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버튼,버튼을 참 흥미롭게 봤습니다. 나는 전설이다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저는 단편이 더 좋더군요.

    트랙백을 보냈는데 실례가 되지는 않겠죠?^^

    • 프리니 2010/02/05 10:37  수정/삭제

      트랙백 대 환영이에요. >ㅁ< (워낙 손님이 없다보니 이제야 확인을)

      저는『남편이 작아졌다』를 읽고 나서 잔뜩 짜증이 난 상태로 『줄어드는 남자』를 잡아서 좀 버틸만 했는데 칠전팔기님은 『남편이 작아졌다』만 보셔서 저와 달리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셨나봐요. 1956년에 나온 소설이니 아무래도 지금은 헛점이 더 많이 보일 거 같긴 해요.

      「버튼,버튼」은 정말 섬뜩했어요. 어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까요. 소설가는 정말 굉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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