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결국 마지막 날에 허겁지겁 가서 보게 되었다. 주말이라서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었다.
전시는 '결정적 순간, 영원한 존재, 내면적 공감, 20세기의 증거, 인간애' 5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전시회에서 메모했던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두근대는 마음으로 적은 탓인지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었는지 알아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영화
『스토커 (One Hour Photo, 2002) 』에서 싸이가 말했던 "사람들은 실제로 보내는 슬프거나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만을 담는다."라는 말에는 슬프게도 동의하지만 밝고 예쁘고 행복한 순간을 담는 사진을 추구하는 내가 브레송의 인물사진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갔었는데 마음에 담기는 사진을 몇 장 찾았다.
특히 마음에 남은 사진은 수잔 손탁과 알베르 카뮈와 체 게바라의 사진. 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운데 수잔 손탁의 여유로운 표정, 체 게바라의 웃음. 눈물이 날 정도로 눈부신 사진.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 카르디날 드 레츠 추기경"내 사진관(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때문인지 나는 브레송의 인물사진보다는 풍경사진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에 보았던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에서 본 코로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프랑스 루아르에셰르주 샹보르 근교」와 숲 뒤로 아련한 건물과 나무의 모습을 담은 물의 도시「인도 라자스탄주 우다이푸르 1966」의 풍경은 홍차 향 같아서 너무 좋았다.
"나는 거기에 있었고 또 그 순간에 삶이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방법이 있었다."사진만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전시회였다. 하지만, 전시회 기획 때문에 별 3개짜리 전시회가 되고 말았다. 첫째로 조명이 너무 어두웠다. 조명의 어둡기가 거의 회화전 수준. 둘째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마음에 담고 싶은 사진 앞에서 천천히 머물러 이고 싶어도 끊어지지 않는 프랑크 소시지의 일부분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날에 허겁지겁 간 내 잘못도 있겠지만. 세 번째로 동선 구성이 이상했다. 천천히 따라 걷다 보면 끝이라 다시 되돌아가서 걸어야 한다. 이게 짜증나는 건 나뿐이었을까. 마지막으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사람들. 플래시까지 터뜨려가며 찍는 사람도 있었는데 적절히 사람을 배치해서 막아줄 수 없었을까. 컴팩트 카메라부터 DSLR까지 다양하게 있었는데. 다음에는 저런 사람들 만나지 않도록 개관 시간에 맞춰서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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