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하는 것들을 참 좋아한다. 요즘은 TV를 보지 않아서 드라마를 보지 않지만 예전에는 울면서(;) 봤었고, 『꽃보다 남자』같은 문어발다리 순정만화도 재미있게 읽었다. 『가을부채』는 그런 종류의 소설이다.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들 것 같은 운명적인 사랑과 악질적인 일들. 이 소설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함량 미달.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이도 어리면서 블랙을 좋아하네요."
"처음에는 멋있어 보여서 마시게 됐어요. 영화에서 한 여자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참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한창 유치한 겉멋에 맛 들려 있던 십대에 그 여자의 아름다움과 고독 같은 걸 흉내 내고 싶었어요. 근데 그 여자가 마신 커피가 블랙이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고요. 또 다이어트에도 좋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니까 얼마나 좋아요. 안 그래요?"
"하지만 정은 씨! 아직 젊은데 벌써 블랙의 맛에 길들여 버리면 달콤함을 잊어버리게 될 수도 있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달콤함이 더 많아야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쓴 맛은 나이 들어서도 늦지 않아요. 그러니까 한 번 취향을 바꿔 보도록 해요."
그가 하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부터 커피의 쓴맛에 익숙해서였을까 지금 그녀는 세상을 다 산 것만 같았다.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대느라 누려야 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비가 오거나 외로움이 밀려오면 저도 밀크 커피를 마시곤 해요. 달짝지근할 정도로 설탕을 듬뿍 넣어서 말이죠. 그러면 그 순간에 느끼는 고독이 조금은 옅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여전히 전 블랙 커피가 좋으니 어쩌죠?"
(김인철 그 사람! 32쪽)
"사랑이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처럼 쉽게 만들어지고 소화되는 거라면 아마 아무런 매력도 없을 거야. 사랑이 고통스럽더라도 99%는 행복한 거라고 난 믿어. 정은아 힘내라!"
(벗어나야 할 관계, 75쪽)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게 사랑의 아픔이라고 하더라. 사랑 때문에 아파한 마음은 가장 빛나는 보석으로 우리 마음 안에 존재한다는 거야. 그리고 사랑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는 우리를 진정한 삶의 길로 인도해 준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난 그 말을 믿어."
(드러나는 진실 289-290쪽)
소설에서 마음에 드는 시가 있어서 힘들 때 찾아보려고 발췌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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