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트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지만 MSN에서 알려주신 분이 좋았다고 염장지르셔서……; 갔다왔다.
입장료도 4000원으로 저렴하고 환기미술관의 정원도 아주 예뻐서 들어가는 순간부터 두근댔다. 책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네모에
종이라는 느낌인데 그걸 깨는 멋진 작품들이 잔뜩!
PL필터가 없어서 유리창에 배경이 비치는 게 오히려 맘에 들어!
▶ 프리니의 감상문은 장황하기도 하지~;
처음으로 내 눈을 끌었던 것은 정병례 씨의 「삼족오(2005)」주작처럼 보이기도 하는 다리가 셋인 입을 벌린 새. 하지만 정병례 씨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무(舞, 2004)」. 춤추는 모습. 흔들리는 옷자락. 아름다운 한글.
이경미 씨의 「no seeking」은 「367」,「368」,「369」로 이어지는 컴퓨터 프린팅이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감성 다이어리의 속지를 꺼내놓은 기분이었다. 나는 말랑말랑한 것을 좋아하니까 싫진 않았지만 전시회에서 보기에는 너무 가볍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서도 작품이름 적어둔 나는…….;
프란시스 반 밀러(Francis Van Maele) 씨의 작품은 잔뜩 있었는데 해외북아트작가 3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대상없는 미끼(1995)」는 예쁜 색상과 기괴한 동화 느낌이 섞여있어서 신기했다. 「말줄임표(1998)」은 반으로 접혀진 종이를 펼치면 Jean Protante와 Robert Brandy의 시와 그림이 나왔다. 장갑을 끼고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펼치는게 재밌더라. 「시간의 흔적(Sign of Times, 1995)」는 27명의 공동작업이었는데 골판지에 합판에 비닐까지; 다양한 소재가 섞여있어서 재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 진진! 「풍경(Landscape, 2004)」는 흔한 사진첩 느낌이라 실망! 투덜거릴려고 제목 적어오는 나의 이 성격..=_=;;; 「전람회 출품자(서울) (Exhibitor (in Seoul)」은 서울에서 있었던 전시회에서 관람객을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정말 사진을 찍는다는 게 정말 흔한 행위가 되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푸른 달(Blue moon, 2004)」였다. 따뜻하고 예쁜 Dit Wagener의 드로잉(전시회 설명에 이렇게 써있어서 그냥 옮기긴 하는데 그림이라고 쓰면 안될까?;), 파랑색(!)의 나무(!) 표지에 부채처럼 접혀있는 책이었다. 앞면에는 웅크린 고양이와 떠가는 배, 별과 불상이 그려져있고 뒷면에는 그와 별과 대비되는 달과 불상에 대비되는 스님이 따끈따끈한 그림체로 담겨져있었다.
이현주 씨의 「Lolipop, Gouache on Bistol, 2004」은 책장을 넘기면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원색의 명랑함이 좋았다. 조금 가볍긴 했지만.
김나래 씨의 작품은 「1920년대 풍경(2005)」나 「경복궁(2004)」보다 「경복궁의 풍경(2005)」쪽이 마음에 들었다.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 다른 리스 필름.
로빈 에이미 실버버그(Robbin Ami Silverberg)의 작품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 내 취향은 왜 이렇게 편협한 거야; - 「비밀(tirok(secret) 1996)」이 내 눈을 끌었다. 20명의 예술가, 작곡가, 음악가가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작은 서랍과 같은 상자들에 쌓여있었다. 몇개의 상자에 있는 열쇠구멍이 내 발을 세웠던 거다. 예전에 열쇠달린 일기장을 써본 사람들은 누구나 나처럼 '열어보고 싶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네모 모양의 구멍에 끼워져 있는 편지도 꺼내서 읽어보고 싶어지고 말야.
다이안 포그웰의 회상(Reminiscence, 2005)도 느낌이 좋았다. 서양인이 한지를 소재로 썼다는 것이 독특해서. 김상구씨의 소나무(NO.673, 1998)는 나무틀에 그림이 들어 있는 것이 귀여웠다.
p.s.
p.s.1. 「푸른 달(Blue moon, 2004)이 아트샵에 있길래 가격을 보니 10만 8천원……. orz
p.s.2. 다음부턴 제대로 메모해야겠다. 내가 쓴 글씬데 못알아보겠다. ㅠ_ㅠ
트랙백 주소 : http://preney.net/cgi/blog/trackback/7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