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엽 『시대유감』

 요즘 읽은 책 중에서 최고! 정말 유쾌한 책이다. 감히 추천하고 싶다.

 작가는 90년대의 "썰렁한" 유머, 봉투에 가격을 지불하게 바뀐 제도에 관해서, 소수자 문제에 관해서, 군가산점 문제를 관해서 등등 여러 가지에 관해서 얘기를 하는데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나와 시각이 비슷해서 읽는 것이 더더욱 즐거웠다.

 「중독증 시대」에서 작가가 나는 무언가 불안하면,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격조있고 지적인(?) 사람이기 때문에라고 말을 풀어나가는 부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작가가 고백하는 자신의 중독증(?)인 컴퓨터 중독증, 알코올 중독, 카페인 중독증, 니코틴 중독증, 비디오 중독, 일 중독증 초기, 섹스 중독증 초기, 신문 중독증, TV 중독증에서 몇 개만 빼면 나도 해당되는 것들. 신문과 TV가 말하는 대로라면 이 세상은 중독자들 투성이~

 「쓰레기 봉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았는데 부가가치세까지 잔뜩 내면서 물건을 산 사람이 아니라 큰 수익을 낸 가게에서 봉투값을 지불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은 비용에 관해서도 써 있었는데 봉투값을 환불하는 경우에는 백화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봉투는 재사용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봉투 사용을 억제하여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도 좌절되고 소비자는 환불을 받기 위해서 백화점을 다시 가야하는 비용을 새로 치러야 하므로 사회적 낭비가 된다는 것과 그렇다고 장바구니 사용한다고 나아지느냐. 봉투 사용 감소로 환경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이익이지만 직접적으로 큰 이익을 보는 쪽은 봉투값을 절약하게 되는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작가 말대로 일본처럼 아예 물건 담을 비닐봉투를 공인된 쓰레기 봉투로 제공하거나 그렇게 쓰일 수 있게 할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봉투값 너무 아까워.

 조선일보나 이문열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군가산점 문제를 남자가 객관적으로 봐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5급 공무원 시험 합격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보상은 매우 큰 것이어서 군복무 경력이 그것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5급 공무원 시험에도 가산점을 주었다면,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군대를 면제받았거나 방위 제대를 한 남성들로부터 먼저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결국 군복무가 사회적으로 보상되어야 할 중요한 봉사라고 하더라도 그것의 보상은 적정하게 산정되어야 하며, 적절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5급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이 없는 이유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진입 문턱에서 가산점을 주는 것과 같은 보상이 일종의 영구적 보상이기 때문이며, 진입 이후의 보상이 너무 큰 영역에서는 사회가 그것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경쟁이 격화되는 지점에서는 공정성(fairness)만이 문제 해결책이다.
(군필자 공무원 시험 가산점 유감, 112쪽)

전에는 문제가 없었던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의 가산점이 이제는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 합격 이후의 사회적 보상이 커졌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부분에 나도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제발 이 문제를 성대결에 그만 썼으면 좋겠다. ㄱ-

생각해보니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 모두에게 즐거운 책은 아니겠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책장을 펼쳐서 다 읽고 덮기 까지의 시간이 정말 즐거울 거라고 생각한다. :)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나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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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유감』

지은이 김종엽
펴낸곳 (주)문학동네

초판인쇄 2001년 12월 26일
초판발행 2001년 12월 29일

ISBN 89-8281-495-0 03810
2005/11/30 14:56 2005/11/30 14:56
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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