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니 in 괌 >_<

일부러 늦게 받은 휴가날짜로 쉬러온 프린은 지금 괌의 쉐라톤 라구나 호텔입니다.
무료인터넷을 제공해서 잠깐 틈이 난 사이에 포스팅 중.^^
괌은 미국령답게 입국심사가 깐깐했고(작성해야할 서류가 무려 3개-ㅁ-)
문제가 살짝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했어요.

우기라서 날씨가 흐리긴 한데 그럭저럭 다닐만은 하네요.
오늘 새벽에 도착해서 눈좀 붙였으니 이제 다녀오겠습니다. >_</

2009/08/26 16:12 2009/08/26 16:12
프리니

리처드 매드슨 『줄어드는 남자』

줄어드는 남자 - 8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주의* 소설 『남편이 작아졌다』의 험담이 가득합니다.--;

『남편이 작아졌다』때문에 짜증이 미칠 듯이 난 상태로 『줄어드는 남자』를 잡았다.

이 무슨 허무 엔딩이냐며 악평이 자자해서 결국 보지못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라 길래 책을 던져버릴까 하다가 한 번 잡은 책을 끝까지 못읽으면 밀려오는 왠지모를 패배감때문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남편이 작아졌다』의 레옹은 키가 줄지 않았을 때는 상냥하고 노력하는 남편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어떻든 날 남편으로, 아버지로 존경해!'라는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게다가 대우받을 것만을 요구했지 가족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없었다. 신나게 장난감 비행기나 타고 날아다니기나 했었지.-_-

하지만『줄어드는 남자』의 스콧은 하루하루 0.36cm씩 줄어드는 그 동안 성욕에 불타서 작아진 그와 키가 비슷해진 베이비시터를 훔쳐보기도 하고 유원지의 난장이 클라리스와 남겠다고 아내 루이스에게 고백해버려서 하룻밤을 지내고(난 소위 '남자들의 참을 수 없는 성욕'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_-) 미칠 듯이 아내 루이스에게 짜증을 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사진을 팔고,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도록 더이상 타이프자신의 변화를 기록할 수 없는 그때까지 남겼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그런 어른스런 행동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에게라면 크기 영(0)은 아무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가 무한의 순환 과정을 갖고 무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졌따. 그는 결코 소멸하지 않으리라. 그건 우주에 소멸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였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다. 만일 자연이 무한한 단계로 존재한다면 영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가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p.290-291 「줄어드는 남자」



『줄어드는 남자』에는 여러개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2만 피트 위의 비행기에서 혼자만이 괴물을 지켜보는 윌슨의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돌아다니다보니 예전에 TV로 방영했던 환상특급이란 곳에서 방영했다는데 나랑은 세대가 다른 프로그램인지 전혀 기억에 없어서 아쉽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고려장을 머리 속으로 떠올릴 「시험」.
한밤중에야 그들은 부엌에서 나왔다. 그리고 위층으로 오르기 직전 레스는 거실 식탁에 들렀다가 깨끗한 유리가 덮인 시계를 보았지만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들은 이층으로 올라간 후에도 톰의 침실을 그냥 지나쳤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따. 두 사람은 옷을 벗고 나란히 누웠고 테리는 평소처럼 시계를 맞추었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 그들은 간신히 잠이 들었다.
노인의 방에는 밤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조용했다.
p.350 「시험」
공문서에 따라 시험을 보고 낙오한 사람들은 주사를 맞고 살해당하는 '시험법'에 의해 죽을 거면서도 시험공부를 도와주던 아들 레스의 시계를 고쳐서 거실 식탁에 올려놓고 약봉지를 들고 방을 향했을 아버지 톰. 아.아.아.
하지만 살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p.329 「시험」
마음 한켠에서 톰이 시험에 떨어져서 나라에서 알아서 그에게 주사를 놓기를, 자신이 '소거 요청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끝나기를 바랬던건 톰이 사랑했고 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레스였다. 하지만 노인의 방에는 아무 소리도 없잖아. ㅠ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직접 사람을 죽여서 죽을 사람의 수를 맞춰 상부에 보고해서 신문에 보도하게 하는 것 같은;; 데이비드의「홀리데이맨」
 
인생을 영화처럼 산 오웬 크롤리의「몽타주」번역서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언어를 칭찬하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몽타주」는 굉장히 예쁘고 독기서린 말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듣고 있었던건 조지가 아니라 병원 사람들이었다는 게 한층 애틋했고.
"조지, 내가 어렸을 때, 아니 젊어을 때는 말이다. 내 인생이 영화처럼 소모되고 있다고 생각했단다. 그저 막연한 의심에 지나지 않았지만 난 그것 때문에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지. 그래, 그랬어. 그리고 오래전 어느 날이었다. 불현듯 누구나 극심한 도덕적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특히 나같은 늙은이는 더했지. 조지. 시간은 늘 우릴 속여서 자기가 영원하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는 그동안 그 거짓의 날개에 우리의 생명을 태우고 쏜살같이 달아나 버리는 게야."
p. 389-390 「몽타주」

게다가 영화처럼 시작해서 영화처럼 끝난다. 「몽타주」의 첫번째 문단과 마지막 문단은 똑같다. 페이드 아웃.

지역사회에 불행을 배달하는 시어도어 고든의 이야기「배달」은 끔찍했고, 저주 인형에 머리카락과 손톱을 넣고 저주해서 자신을 찾아오게 해서 살짝 풀어주고는 다시 끊임없이 저주를 거는 와일리와 마리아의 「예약 손님」은 소름이 오싹 돋았다.

「버튼,버튼」은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야기의 원전이었다. 아서 루이스 부부 앞으로 도착한 나무 상자. 그리고 상자안의 쪽지의 내용대로 부부의 집을 방문한 스튜어드. 스튜어드는 상자안에 들어있는 건 유리돔의 열쇠를 돌려 벨을 누르면 모르는 누군가가 죽지만 대신 5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서는 처음부터 계속 가져가라고 말하지만 노마는 눈을 감으며 5000달러랬어라고 중얼거리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유럽여행, 별장, 좋은 가구들을 생각하다가 결국 벨을 눌러버리고 만다. 그리고 벨이 울리고 온 전화는 아서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 그리고 그 다음 전화는 스튜어드의 전화였다.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고 했잖아!"라고 절규하는 노마에게 스튜어드는 대답한다. "부인, 정말로 남편을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내용보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내용보다 마지막 한 마디가 무서웠다.

「결투」와「파리지옥」은 이 작가가 얼마나 독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지 알것 같았다. 벽으로 떠밀리고 모잘라서 멱살을 잡혀 끌어올려지는 기분이랄까.「파리지옥」은 한국의 여름을 지내고 있는 나로써는 너무나 이해가 됐다. 모기 이 잡것들의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는 뭐냐!!!!!!!!!!!!!!


마지막에 모기로 인한 분노로 좀 흥분해버렸지만 1950년대 소설이라곤 믿을 수 없는 멋진 고전 소설이었다. 『나는 전설이다』도 읽어봐야지..!

『줄어드는 남자(The Incredible Shrinking Man,1956)』
지은이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옮긴이 조영학
펴낸곳 황금가지
ISBN 9788960171145
2009/08/17 01:58 2009/08/17 01:58
프리니

폴 오스터『왜 쓰는가?』

왜 쓰는가? - 4점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열린책들
폴 오스터는 '달의 궁전'으로 처음 접했는데 몽환적인 글이 꽤 취향에 맞았었다. 책장을 둘러보다가 얇은 두께를 보고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다 싶어서 집어 펼쳤다. 그가 말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은 나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들에게 즐겨말하듯, 나는 그렇게 해서 작가가 되었다.
왜 쓰는가?p.41

내게 가슴 시린 글은 이 책의 주제인 왜 쓰는가?가 아니라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였다.

나는 아침마다 그를 위해 기도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것이 나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책을 한 권 썼다는 이유로 목숨의 위혐을 받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내 일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변덕과 운명의 장난 때문에 나도 그와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니라 해도 내일은 그렇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같은 클럽에 속해있습니다. 단독자, 은둔자, 괴짜들, 작은 방에 틀어박힌 채 종이 위에 글을 써넣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인생의 태반을 보내는 자들의 비밀 결사인 것입니다. 그것은 기묘한 생활 방식이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만이 그것을 천직으로 선택합니다. 그것은 너무 힘들고, 대가는 형편없고, 실망이 거듭되는 생활방식이어서, 어쩔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작가들은 다양한 재능과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제 몫을 하는 유능한 작가라면 모두 똑같이 말할 것입니다.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 p.87-88
폴 오스터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고, 대가는 형편없고, 실망이 거듭되는 생활방식'이라고 말하는 글쓰기. 그럼에도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 글을 순식간에 삼켜버리곤 자근자근 밟아대는 나같은 독자. 그리고 살만 루슈디처럼 목숨을 위협받는 건 아니더라도 말할 자유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나라.

내가 폴 오스터 팬이 아니라서 마음이 좁은건가 싶지만 두 줄의 왜 쓰는가?를 위해서 두꺼운 표지를 두르고, 속표지 안에 금박을 입힌 책을 내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 아마존의 나무들에게 사과해!;; 발췌한 두개의 에피소드 말고는 읽는안 이걸 왜 출판한거지?라고 머리속 한가득 물음표가 차오르는 수필?에세이?가 들어있었다. 간단히 서점에서 서서 읽기엔 괜찮지만 사서보기엔 아까운 책이었다. 
2009/08/11 23:46 2009/08/11 23:46
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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